Jeju, Jeju, South Korea
time : Jan 15, 2025 7:03 AM
duration : 5h 22m 48s
distance : 25.2 km
total_ascent : 893 m
highest_point : 1576 m
avg_speed : 3.5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새벽 5시에 일어나 채비를 갖추고 식사를 한 다음 팬션 주인에게 연락하였다. 성판악으로 가는데 고도가 높아질 수록 눈발이 점점 더 심해진다. 팬션 주인 아주머니는 스스로 운전해서 성판악까지 가는 것은 처음이라며 차선을 넘나들고 하이빔 전조등을 켰다껐다를 반복한다.
한라산에 대설 및 강풍 경보가 내려 오늘 등산은 진달래 대피소까지만 허용된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풍경이 달라진다. 바닦에는 눈이 두텁게 쌓여 있고 길을 벗어나면 눈구덩이다. 위로 올라갈 수록 조금씩 상고대도 나타난다.
사라 오름에는 안개도 짙게 끼고 바람이 대단하다. 나뭇가지에 핀 상고대는 마치 산호처럼 맑고 깨끗하다.
진달래 대피소 안에는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음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음식을 끓여 먹기도 하고 언 몸을 녹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발이 더 거세져 문이 열릴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졌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아쉬운 대로 한라산 등반 흉내는 내었다.
여미지 식물원
산을 내려오니 1시도 안되었다. 오후에 뭘 할 건지 상의해보니 딱히 의견이 없는 것 같아서 여미지 식물원에 가자고 제안했다. 여전히 바람이 많이 차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성판악에서 버스를 타고 신 서귀포 버스 종점에서 내려 맛있는 걸 먹자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다 겨우 찾아낸 곳이 선지해장국집이었다. 맛이야 육지에서 먹는 양평해장국 맛과 별 다르지 않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다들 맛있게 먹었다. 고향이 경상북도 안강이라는 주인 아주머니는 제주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면서도 여전히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목소리에 담고 있다. 동네 식당인 듯 계란 후라이는 셀프로 먹으라 하고 귤을 한 박스 풀어놓고 맘껏 가져다 먹으라고 한다.
식당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여미지 식물원으로 가는데 택시 기사는 70 쯤 되어 보이는데 앞니가 여러개 빠졌고 머리는 염색을 하지 않아 박발이 성성하다. 7년간 고속버스를 운전하고 나머지 40 여년 택시를 몰고 있다면서 가끔 아슬아슬하게 신호도 위반하고 속도도 위반한다. 손님과 재미나게 대화를 하다보면 가끔 속도나 신호위반 딱지를 끊게 된다고 자랑하듯 너털 웃음을 웃는다.
여미지 식물원 입장료는 12,000 원으로 꽤 비싸다. 꽃과 친하지 않은 친구들은 그냥 따뜻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마음으로 나와 함께 하는 것 같다. 나도 8개 정도로 나누어진 각 온실을 돌아다니면서 특별히 눈에 띄는 꽃과 나무 그리고 과일들을 사진에 담았다.
다시 제주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택시로 갈아타고 또 숙소 가까운 식당에서 흑돼지 오겹살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들어갔다. 첫날 난방 트는 법을 몰라 춥게 잤으나 주인 아주머니가 가르쳐 준 대로 히터를 틀고 따뜻하게 잘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