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를 하루 앞두고 오갈데 없는 외로움을 달래고자 느즈막이 관악산으로 향했다. 하늘이 참 맑다. 이번 한가위엔 제대로 둥근달을 볼수 있을것 같다. 작년에는 달은 커녕 별빛하나 없는 한가위날 자정부터 牧民心道의 36km의 길을 18시간을 혼자 외로이 걸었는데...ㅠㅠ 들머리에서 20여분쯤 오르자 웬 노인 한분이 바위에 걸터 앉아 쉬시면서 말을 걸어 온다. 어디까지 가냐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37년생, 낼 모레면 아흔살이라신다. 간편복에 운동화에 배낭도, 물 한 병도 없이 밀대 걸레 손잡이에 테이핑을 한 지팡이를 든 모습이 아무래도 불안해 보여 곧 어두워질테고 이 코스는 암릉코스라 위험하니 그냥 이쯤에서 내려 가시라고 하니까 너무나도 완고하게도 나랑 함께 가시겠단다. 갈수 있단다. 나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이... 등산도사이시거나 관악산 산신령이신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게 조금 오르자 노인의 아드님으로 부터 전화가 온다. 아무래도 산에 간다고 하니까 불안해서 전화를 한 모양이다. 그러기를 서너차례 전화가 오니 짜증을 내시면서 "전화 끊어" 하신다. 아드님이 걱정하는거 같으니 그만 이쯤에서 내려 가시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근데 오르다 보니 등산도사도 아니요, 완죤 관악산 짝퉁 산신령이시다. 등산은 처음이요, 다리는 후들후들, 지금 이 산이 무슨 산이냐고 몇번이고 묻고, "댁이 어디냐"를 몇번이고 물으신다. 기억력조차 가물가물 이거 완죤 미치고 폴짝 뛸 노릇이다. 이제 뒤빠꾸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날은 어두워지고 이러다 큰일나겠다 싶어 119에 전화를 해서 도움을 청할까 하고 잠깐 저 바위위에서 사진 좀 찍고 온다고 하고 20m쯤 떨어졌다. 한참을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망설이다 결국 "그래 어떡하냐 이 또한 인연인걸.." 하고 최대한 쉬면서 천천히 안전한 길로 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연주대에 도착하고, 아마도 37년생 최고령 관악산 등정기록이지 않을까 싶어 인증샷도 찍어 드렸지만 "여기가 어디라고요"를 몇번이고 물으신다. "관악산 정상 연주대요"를 한 열번은 한것같다. 어둠이 짙어져 헤드랜턴의 불빛에 의지한 채, 작퉁 산신령님의 다리가 풀려 자꾸 무릎이 겹질리는것을 보고 한 손을 잡고 조심조심 하산을 하면서, 다시는 산에 올 생각일랑 말고 가까운 보래매공원에라도 가서 걷기 운동하시라고 몇번을 당부하며 무사히 하산을 완료하고 버스를 타고 서울대 입구역에서 다시 전철로 환승. 짝퉁 관악산 산신령님의 도착지인 신림역에서 헤어질때까지 "댁이 어디시라고요?"를 한 30번은 들은것 같다. 머지않아 나의 모습도 저러지 않을까? 괜히 서글퍼진다.ㅠㅠ.

Hiking/Backpacking

Seoul, South Korea

time : Sep 16, 2024 4:03 PM

duration : 4h 12m 35s

distance : 4.5 km

total_ascent : 370 m

highest_point : 647 m

avg_speed : 1.4 km/h

user_id : koreatugari

user_firstname : 신령님

user_lastname : 산

한가위를 하루 앞두고 오갈데 없는 외로움을 달래고자 느즈막이 관악산으로 향했다. 하늘이 참 맑다. 이번 한가위엔 제대로 둥근달을 볼수 있을것 같다. 작년에는 달은 커녕 별빛하나 없는 한가위날 자정부터 牧民心道의 36km의 길을 18시간을 혼자 외로이 걸었는데...ㅠㅠ 들머리에서 20여분쯤 오르자 웬 노인 한분이 바위에 걸터 앉아 쉬시면서 말을 걸어 온다. 어디까지 가냐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37년생, 낼 모레면 아흔살이라신다. 간편복에 운동화에 배낭도, 물 한 병도 없이 밀대 걸레 손잡이에 테이핑을 한 지팡이를 든 모습이 아무래도 불안해 보여 곧 어두워질테고 이 코스는 암릉코스라 위험하니 그냥 이쯤에서 내려 가시라고 하니까 너무나도 완고하게도 나랑 함께 가시겠단다. 갈수 있단다. 나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이... 등산도사이시거나 관악산 산신령이신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게 조금 오르자 노인의 아드님으로 부터 전화가 온다. 아무래도 산에 간다고 하니까 불안해서 전화를 한 모양이다. 그러기를 서너차례 전화가 오니 짜증을 내시면서 "전화 끊어" 하신다. 아드님이 걱정하는거 같으니 그만 이쯤에서 내려 가시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근데 오르다 보니 등산도사도 아니요, 완죤 관악산 짝퉁 산신령이시다. 등산은 처음이요, 다리는 후들후들, 지금 이 산이 무슨 산이냐고 몇번이고 묻고, "댁이 어디냐"를 몇번이고 물으신다. 기억력조차 가물가물 이거 완죤 미치고 폴짝 뛸 노릇이다. 이제 뒤빠꾸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날은 어두워지고 이러다 큰일나겠다 싶어 119에 전화를 해서 도움을 청할까 하고 잠깐 저 바위위에서 사진 좀 찍고 온다고 하고 20m쯤 떨어졌다. 한참을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망설이다 결국 "그래 어떡하냐 이 또한 인연인걸.." 하고 최대한 쉬면서 천천히 안전한 길로 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연주대에 도착하고, 아마도 37년생 최고령 관악산 등정기록이지 않을까 싶어 인증샷도 찍어 드렸지만 "여기가 어디라고요"를 몇번이고 물으신다. "관악산 정상 연주대요"를 한 열번은 한것같다. 어둠이 짙어져 헤드랜턴의 불빛에 의지한 채, 작퉁 산신령님의 다리가 풀려 자꾸 무릎이 겹질리는것을 보고 한 손을 잡고 조심조심 하산을 하면서, 다시는 산에 올 생각일랑 말고 가까운 보래매공원에라도 가서 걷기 운동하시라고 몇번을 당부하며 무사히 하산을 완료하고 버스를 타고 서울대 입구역에서 다시 전철로 환승. 짝퉁 관악산 산신령님의 도착지인 신림역에서 헤어질때까지 "댁이 어디시라고요?"를 한 30번은 들은것 같다. 머지않아 나의 모습도 저러지 않을까? 괜히 서글퍼진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