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가을. 초이 자매, 따리비오름을 오르다

제주에 왔다. 토일은 골프모임이 있어 이틀 빨리와서 하루는 산방산 탄산온천의 43도 뜨거운 물과 탄산온천을 번갈아가며 몸을 지지고 식히고 밤에는 언니와 수다를 떨다, 내일은 한라산 영실을 가자고 제안했더니 74세 언니가 가자고는 해도 자신없어하는 눈치다. 작년까지도 따라나선 언니였는데 가자곤해도 아닌거 같아, 내가 마음을 바꾸어 한라산 둘레길을 찾아보다 제 1길을 갈까 여기저기 써핑하다. 가는 건 문제아닌데 다시 차로 왕복은 쉽지않고 버스로 출발지로 오는 것도 어찌될지 좀그렇고하다. 결국 동쪽의 따라비 오름을 가는 걸로 정하고 잠을 청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평소에는 절대 안먹는 빵과 우유와 커피한잔후 8시반 출발하니 53분 걸려 따라비오름 주차장에 도착했다. 옷매무새만 가다듬고 배낭을 메고 오름입구로 갔더니 과자파는 아저씨가 바로 정상으로 가지말고 오른쪽 둘레길로해서 정상가면 더 힘들지않게 간다고 조언을 했는데 잠깐 오르다 오름둘레길에서도 정상으로? 갑자기 헷갈려 의심많은 토마스처럼 다시 내려가 악다구니쓴다. 아자씨~~ 둘레길로가도 정상가지요? 멀리서 아저씨가 네~ 정상가요로 악다구니 화답한다. 결국 오른쪽 둘레길쪽으로 가다가 팻말있지요?하고 한번 더 묻고 왔어야한하고 생각하는 나는 누구인가? 혼자서 스스로를 잠시 비웃으며 명숙아 그냥가봐 가다가 안나오면 그냥 다시 내려와서 애당초시 정상길로 가믄 될거 아니여. 걍 믿고 가라. 여기는 산티아고도 아니고 제주고 바로 오름이 보이자나자나. 에라이~ 그냥 가즈아. 양희은 찬송가로 지성을 마비시키고, 초입의 힘듬도 마비시키자싶어 찬송가를 틀었더니 뒤따라오는 언니가 함께 부르며 좋아한다. 편평한 둘레길을 걷다보니 오른쪽에 새끼오름(물론 오름정상에 올라서 안 이름이다)이 보이고 메밀꽃밭이 활짝 너르게 피어있다. 요런 멋진 길을 걷는 두자매는 요리 찍고 죠리 찍고 찬송가를 따로 합창하며 좋아~좋아~를 외친다. 한라산 둘레길을 안가고 따라비오름은 온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언니는 몇해전 나랑 와본 곳이라고 하고, 나는 아니다 첨이다로 서로 악다구니썼는데 사실 나는 기억이 가물거린다. 걍 처음으로 해. 늘 첨이여~로 눌러버리고 가다보니 좌로 따라비오름 우로는 큰사슴 오름 삼거리가 나오고 약간 가파른 길을 비스타리 비스따리 올라가니 정상과 반대편의 오름능선에 닿았다. 거기에 벤치가 있어 뜨거운 열기도 식히고 전체를 조망을 해보니 좌측으로 가는길은 내려갔다 깔끄막올라채야하고 가운데 길은 조금 내리막에 갈대밭을 지나 완만한 길, 우측으로는 완전 깔끄막이다. 그대라면 어떤 길을 택하겠는가? 당근 우리는 중간에 갈대밭이 있는 완만한 길, 사실 분화구 안을들어갔다 다시 나온 것이다. 암튼 갈대밭사이에 난 귀엽고 이쁜 길을 지나 정상에 닿으니 반대편에 내가 늘 사랑하는 제주의 풍경이 짠하고 나타났다. 여러가지 녹색들이 어우러진 제주와 크고 작은 오름들군 그리고 파란하늘에 뭉게구름과 제주의 바람. 한참을 정상에, 여러무리가 지나가도록 앉아 투 첼로의 베네딕투스를 거룩하게 들었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찬미하지 않을 수 있으랴~ 서두를 것이 하나도 없는 최자매들은 한없이 앉아서 구름놀이를 했다. 순간 순간 변해가는 구름모양에서 예수님의 형상도 보고 바오로 사도의 모습도 보고 강아지도 보고. 구름놀이는 울 언니의 취미이자 믿음의 표상이다. 바람으로 순간 순간에 사라지는 표상이 허무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서로 찍어 놓아야한다, 사라진다를 반복하며 즐겁고 기쁘게 시간을 즐겼다. 혼자왔으면 침묵속에서 있다가 정상에 삼분도 안 있고 내려왔을터. 한참을 놀다 좌로해서 바로 내려가면 주차장이다. 예까지왔는데 반대편에서 보이는 전망도 보고자와서 주차장에서 정상쪽으로 바로 올라온 부부에게 물으니 좌로 가도 반대편으로 능선길이 연결되고, 그쪽 정상에 벤치에 앉아 큰사슴오름과 멀리뵈는 한라산도 좋다고한다. 일단 내려가는 길을 지나 반대변으로가는데 의외로 편평하고 완만한데 큰할매가 갑자기 니만 댕겨오란다. 지레 깔끄막으로 겁먹은 거다. 언니~~~ 얼릉 와 평평하당께. 또 악다구니. 울언니,알써~~하고 오더니만, 어. 진짜 평평하네 하고 먼저 알고보니 갑마장길, 정상 벤치에 턱허니 앉아 구름놀이를 시작한다. 아랫쪽에는 큰사슴오름과 따라비오름사이에 콩꽃이 피어 엘로우가 너무 이쁘다. 파란하늘, 뭉게구름, 노오란 콩꽃과 녹색이 어우러진 풍경에 넋을 잃고 앉아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동영상을 틀었다. 찬송가 "주하느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처음 음을 너무 높게 잡아 중간에 악다구니 쓰면서 끝까지 부르고 굼부리에 외쳤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우리는 너무 행복한 자매로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 확실하다. 언니에게도 동영상켜고 노래하는 것을 가르켜주고 찬송을 부르게했더니 언니는 이쁘고 곱게 찬송했다. 누구의 기도발이 셀지는 나도 언니도 모른다. 하느님 맘~~ 우리는 한참을 따뜻한 햇살과 바람속에서 구름놀이를 하며 놀았다. 언니 배고파? 아니, 하나도 안고파. 그래도 내려갈 시간이다. 가자. 슬슬 다시 정상쪽으로가다가 우측으로 빠져 급격한 계단길을 조심조심 내려오다보니 예전에 온 기억이 났지만, 언니에게는 침묵. 살살 내려가소하고 뒤를 밟는다. 한 십분 계단을 내려오니 둘레길이 나오고 바로 입구이다. 따라비오름 오름의 여왕이라더니 역시 최고. 다랑쉬 오름같은 깊은 에너지는 아니었지만, 갈대밭과 구름과 바람이 좋았다. 강추. 74세 울언니가 다음에도 또 올수있겠다니 더욱 좋아진 오름이다. 다음번에 제주에 오면 능선에서 만난 부부가 알려준 노꼬메 오름을 가야겠다. 언니집으로 돌아와, 통통뚱뚱한 내 종아리와 허벅지에 긴 장화같은 지압 물리치료기의 지퍼를 둘이 낑낑대고 올리며 웃겨서 죽는 줄알았지만, 겨우 내살들을 장화에 구겨넣고 기계를 트니 공기가 지압이 되어갔다. 종아리도 허벅지도 시원해져, 늘어지게 한잠을 푸욱 자고 일어났다. 피곤은 이미 사라지고 배고픔만 가득하다. 큰할매는 내가 잠든사이 누룽지를 끓여 놓았다. 나는 누룽지가 아니라 언니의 사랑을 먹었다. 오늘도 좋은 날, 하느님, 감사합니다. ㅡ마리아 막달레나, 요요

Hiking/Backpacking

Seogwipo-si, Jeju, South Korea
birdychoi photo
time : Oct 11, 2024 9:18 AM
duration : 3h 41m 29s
distance : 3.5 km
total_ascent : 222 m
highest_point : 368 m
avg_speed : 1.6 km/h
user_id : birdychoi
user_firstname : 명숙
user_lastname : 최
제주에 왔다. 토일은 골프모임이 있어 이틀 빨리와서 하루는 산방산 탄산온천의 43도 뜨거운 물과 탄산온천을 번갈아가며 몸을 지지고 식히고 밤에는 언니와 수다를 떨다, 내일은 한라산 영실을 가자고 제안했더니 74세 언니가 가자고는 해도 자신없어하는 눈치다. 작년까지도 따라나선 언니였는데 가자곤해도 아닌거 같아, 내가 마음을 바꾸어 한라산 둘레길을 찾아보다 제 1길을 갈까 여기저기 써핑하다. 가는 건 문제아닌데 다시 차로 왕복은 쉽지않고 버스로 출발지로 오는 것도 어찌될지 좀그렇고하다. 결국 동쪽의 따라비 오름을 가는 걸로 정하고 잠을 청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평소에는 절대 안먹는 빵과 우유와 커피한잔후 8시반 출발하니 53분 걸려 따라비오름 주차장에 도착했다. 옷매무새만 가다듬고 배낭을 메고 오름입구로 갔더니 과자파는 아저씨가 바로 정상으로 가지말고 오른쪽 둘레길로해서 정상가면 더 힘들지않게 간다고 조언을 했는데 잠깐 오르다 오름둘레길에서도 정상으로? 갑자기 헷갈려 의심많은 토마스처럼 다시 내려가 악다구니쓴다. 아자씨~~ 둘레길로가도 정상가지요? 멀리서 아저씨가 네~ 정상가요로 악다구니 화답한다. 결국 오른쪽 둘레길쪽으로 가다가 팻말있지요?하고 한번 더 묻고 왔어야한하고 생각하는 나는 누구인가? 혼자서 스스로를 잠시 비웃으며 명숙아 그냥가봐 가다가 안나오면 그냥 다시 내려와서 애당초시 정상길로 가믄 될거 아니여. 걍 믿고 가라. 여기는 산티아고도 아니고 제주고 바로 오름이 보이자나자나. 에라이~ 그냥 가즈아. 양희은 찬송가로 지성을 마비시키고, 초입의 힘듬도 마비시키자싶어 찬송가를 틀었더니 뒤따라오는 언니가 함께 부르며 좋아한다. 편평한 둘레길을 걷다보니 오른쪽에 새끼오름(물론 오름정상에 올라서 안 이름이다)이 보이고 메밀꽃밭이 활짝 너르게 피어있다. 요런 멋진 길을 걷는 두자매는 요리 찍고 죠리 찍고 찬송가를 따로 합창하며 좋아~좋아~를 외친다. 한라산 둘레길을 안가고 따라비오름은 온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언니는 몇해전 나랑 와본 곳이라고 하고, 나는 아니다 첨이다로 서로 악다구니썼는데 사실 나는 기억이 가물거린다. 걍 처음으로 해. 늘 첨이여~로 눌러버리고 가다보니 좌로 따라비오름 우로는 큰사슴 오름 삼거리가 나오고 약간 가파른 길을 비스타리 비스따리 올라가니 정상과 반대편의 오름능선에 닿았다. 거기에 벤치가 있어 뜨거운 열기도 식히고 전체를 조망을 해보니 좌측으로 가는길은 내려갔다 깔끄막올라채야하고 가운데 길은 조금 내리막에 갈대밭을 지나 완만한 길, 우측으로는 완전 깔끄막이다. 그대라면 어떤 길을 택하겠는가? 당근 우리는 중간에 갈대밭이 있는 완만한 길, 사실 분화구 안을들어갔다 다시 나온 것이다. 암튼 갈대밭사이에 난 귀엽고 이쁜 길을 지나 정상에 닿으니 반대편에 내가 늘 사랑하는 제주의 풍경이 짠하고 나타났다. 여러가지 녹색들이 어우러진 제주와 크고 작은 오름들군 그리고 파란하늘에 뭉게구름과 제주의 바람. 한참을 정상에, 여러무리가 지나가도록 앉아 투 첼로의 베네딕투스를 거룩하게 들었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찬미하지 않을 수 있으랴~ 서두를 것이 하나도 없는 최자매들은 한없이 앉아서 구름놀이를 했다. 순간 순간 변해가는 구름모양에서 예수님의 형상도 보고 바오로 사도의 모습도 보고 강아지도 보고. 구름놀이는 울 언니의 취미이자 믿음의 표상이다. 바람으로 순간 순간에 사라지는 표상이 허무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서로 찍어 놓아야한다, 사라진다를 반복하며 즐겁고 기쁘게 시간을 즐겼다. 혼자왔으면 침묵속에서 있다가 정상에 삼분도 안 있고 내려왔을터. 한참을 놀다 좌로해서 바로 내려가면 주차장이다. 예까지왔는데 반대편에서 보이는 전망도 보고자와서 주차장에서 정상쪽으로 바로 올라온 부부에게 물으니 좌로 가도 반대편으로 능선길이 연결되고, 그쪽 정상에 벤치에 앉아 큰사슴오름과 멀리뵈는 한라산도 좋다고한다. 일단 내려가는 길을 지나 반대변으로가는데 의외로 편평하고 완만한데 큰할매가 갑자기 니만 댕겨오란다. 지레 깔끄막으로 겁먹은 거다. 언니~~~ 얼릉 와 평평하당께. 또 악다구니. 울언니,알써~~하고 오더니만, 어. 진짜 평평하네 하고 먼저 알고보니 갑마장길, 정상 벤치에 턱허니 앉아 구름놀이를 시작한다. 아랫쪽에는 큰사슴오름과 따라비오름사이에 콩꽃이 피어 엘로우가 너무 이쁘다. 파란하늘, 뭉게구름, 노오란 콩꽃과 녹색이 어우러진 풍경에 넋을 잃고 앉아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동영상을 틀었다. 찬송가 "주하느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처음 음을 너무 높게 잡아 중간에 악다구니 쓰면서 끝까지 부르고 굼부리에 외쳤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우리는 너무 행복한 자매로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 확실하다. 언니에게도 동영상켜고 노래하는 것을 가르켜주고 찬송을 부르게했더니 언니는 이쁘고 곱게 찬송했다. 누구의 기도발이 셀지는 나도 언니도 모른다. 하느님 맘~~ 우리는 한참을 따뜻한 햇살과 바람속에서 구름놀이를 하며 놀았다. 언니 배고파? 아니, 하나도 안고파. 그래도 내려갈 시간이다. 가자. 슬슬 다시 정상쪽으로가다가 우측으로 빠져 급격한 계단길을 조심조심 내려오다보니 예전에 온 기억이 났지만, 언니에게는 침묵. 살살 내려가소하고 뒤를 밟는다. 한 십분 계단을 내려오니 둘레길이 나오고 바로 입구이다. 따라비오름 오름의 여왕이라더니 역시 최고. 다랑쉬 오름같은 깊은 에너지는 아니었지만, 갈대밭과 구름과 바람이 좋았다. 강추. 74세 울언니가 다음에도 또 올수있겠다니 더욱 좋아진 오름이다. 다음번에 제주에 오면 능선에서 만난 부부가 알려준 노꼬메 오름을 가야겠다. 언니집으로 돌아와, 통통뚱뚱한 내 종아리와 허벅지에 긴 장화같은 지압 물리치료기의 지퍼를 둘이 낑낑대고 올리며 웃겨서 죽는 줄알았지만, 겨우 내살들을 장화에 구겨넣고 기계를 트니 공기가 지압이 되어갔다. 종아리도 허벅지도 시원해져, 늘어지게 한잠을 푸욱 자고 일어났다. 피곤은 이미 사라지고 배고픔만 가득하다. 큰할매는 내가 잠든사이 누룽지를 끓여 놓았다. 나는 누룽지가 아니라 언니의 사랑을 먹었다. 오늘도 좋은 날, 하느님, 감사합니다. ㅡ마리아 막달레나, 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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