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ongdong-gun, Chungcheongbuk-do, South Korea
time : Jan 30, 2025 9:10 AM
duration : 5h 56m 23s
distance : 8.9 km
total_ascent : 682 m
highest_point : 1275 m
avg_speed : 1.6 km/h
user_id : redshift98
user_firstname : Movie Reds
user_lastname : Reds
-. 이번 겨울 마지막 설산??
지난번 남덕유산에서 눈에 파묻히는 경험을 한 후에 겨울 설산에 대한 흥미가 사라지고 이제 슬슬 겨울도 끝나가고 있는거 같아 딱히 설산에 가보자 하는 생각이 없었다. 단지 이번 겨울에 가보려고 했다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무산되었던 무등산과 민주지산에 약간의 미련이 남아있었다. (무등산 상고대가 멋지다해서 보고 싶은데 무등산 상고대 타이밍 잡기 어려웠다. 민주지산은 설산이 멋져서 가보려고 했는데 안내산악회 인원수가 부족해서 못 갔던 적이 있다)
그러다가 이번 연휴 한차례 폭설이 오고 폭설 종료 다음날인 목요일에 날씨가 적당해(금요일 및 주말엔 흐리거나 비 소식 등등) 민주지산이 열린 걸 보고 2트 도전했다
-. 폭설이 좀 심하긴 했구나..
국립공원 대부분이 연휴도 겹치고 해서인지 폭설의 여파로 탐방로가 대부분 막힌듯 했다. 민주지산도 눈이 많이 왔을거 같긴 했는데 힘든대로 눈을 헤치고 올라가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우리 산악회가 도마령부터 해서 첫번째로 올라간 것 같았다. 러셀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러셀을 해본 경험이 없었는데 선두 분 대신 잠깐 해봤는데 하필 눈이 좀 많이 쌓여 있던 곳인지 눈밭에 다리를 푹 꽂았눈데 눈이 허벅지 이상 까지 올라왔다. 어디 갯뻘이나 늪에 빠진 느낌이었다. 다리 들어 올리기가 엄청 힘들었다. 허벅지 이상 허리 정도까지도 눈에 잠겼는데 이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 올릴 수가 없어 몇 걸음 옮기는데도 전력질주를 한 것 처럼 힘이 들었다. 나중에 선두에서 러셀하시는 분을 자세히 관찰해 보니 단지 눈밭을 걸어가 자국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눈을 다져서 발판을 만드는 느낌이었다. 암튼 러셀을 선두에서 다 해줘서 길이 만들어졌지만 그걸 그대로 밟아 나가는 것도 꽤 힘들었다. 중간중간 푹푹 눈에 다리가 빠지는가 하면 갑자기 균형을 잃기도 하는 등 지난번 남덕유산이 신라면 수준이었다면 이번 민주지산은 불닭볶음면 수준이었다.
-. 조망은 꽝, 상고대는 최고~
예보상으로 맑음이었는데..웬걸 한번 흐려지더니 하산 전까지 계속 흐려 조망이 완전 꽝 이었다. 하산길에 물한계곡쪽은 하늘이 맑았는데 등산 시작 도마령부터 민주지산 쪽은 거의 하늘이 하얀 나라이었다. 주변 산세를 전혀 못봤다. 대신 상고대는 최고로 멋있었다. 선두분이 러셀하시느라 중간중간 멈출 때가 많았는데 이때 주변 상고대를 실껏 감상할 수 있었다. 눈이 오고난 다음에 상고대라 그런지 각호산 부터던가 민주지산 까지는 상고대가 쭉 만들어져 있었다. 러셀로 인해 산행 속도가 느렸는데 이 시간 동안 상고대를 자세히 보며 감상 할수 있었는데 다만 하늘이 열리지 않아 푸른 하늘 배경으로 볼 수 없어 아쉽기가 한이 없었다.
-. 민주지산에서 황룡사 쪽으로 탈출~
민주지산까지 4시간 30분 걸렸다. 예상시간에 거의 두배 정도 걸린 것 같다. 러셀하느라 산행 속도가 느려 민주지산에서 석기봉으로 못가고 황룡사로 하산하기로 다들 마음이 모아졌다. 사실 그 전에도 눈이 많이 쌓여있고 산행 속도가 너무 느려 민주지산 가기전에 하산해야 하는거 아닌가 말들이 오가다가 다행히 민주지산 까지는 시간이 될 거 같아 민주지산에서 하산 하기로 자연스럽게 결정되었다. 원래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면 다들 각자의 산행 속도에 맞춰 흩어지기 마련인데 이번엔 러셀한 길을 바로 따라가야 해서 자연스럽게 단체로 움직이게 되었고 하산 루트도 서로간에 얘기가 몇번 오고가다가 결정되었다.
-. 물한계곡으로 하산 하다보니 거기는 길이 아주 예쁘게 나 있었다. 눈이 치워져 있어 아스팔트 같이 넓게 나 있었다. 다만 상고대는 전혀 볼 수 없었고 나무에 쌓인 눈도 대부분 사라졌고 눈이 떨어지는게 가끔 보였다.
-. 민주지산에 오면 가야산이랑 덕유산을 찾아 보려고 했는데 조망이 전혀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또, 상고대가 아주 멋졌는데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봤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게다가 이렇게 눈에 파묻힌 적이 없어 눈이 많이 온 산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지 제대로 알게 된 산이라 폭설이 오면 이날이 가끔 떠오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