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outh Korea
time : Sep 19, 2024 6:04 PM
duration : 1h 22m 12s
distance : 3.9 km
total_ascent : 37 m
highest_point : 52 m
avg_speed : 4.3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사무실에서 조금 일찍 나왔다. 원래는 동대문 역사문화역까지 지하도를 걸어 다녔는데 오늘은 2호선을 타고 잠실나루역에서 내려 잠실대교에서 일몰을 보고 걸어서 집으로 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잠실대교에서 한강을 보면 강폭이 제일 넓고 시야를 가리는 다리가 없어 마치 바다 같다. 그 수평선 너머로 잠실운동장과 청담동의 마천루가 보인다. 삼익 아파트와 홍실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높이 올라선 크레인도 보인다. 무엇보다 오늘도 붉게 타오르는 해넘이가 장관이었다. 하지만 늘 아쉬움이 조금씩 남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활활 타오르기를 바라지만 아파트 뒷편으로 넘어가는 해는 벌겋게 물들었다가 뒷심을 잃고 금새 수그러든다.
내일은 비가 내린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까지 한여름 날씨 같던 폭염도 사라진다고 한다. 주말이 지나고 나면 예년의 가을 날씨가 찾아온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내 눈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과 아름답지 않은 풍경 등 모든 것이 나에게는 아주 귀한 현상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우리 속담에 어깨를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지만 정말 내 곁을 스치는 모든 풍경이 나의 귀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죽음이라는 것과 연관을 지었다. 이런 모든 인연은 내가 살아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과거로 흘러 지나가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아무런 자각도 없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만일 내가 죽게 되면 그 미래는 더 이상 내게 오지 않는다. 그러니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내 곁에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 인들 귀하지 않은 것이 있으랴. 우리는 과거에 죽은 이들이 느끼지 못했던 그들의 미래를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얼마간 현재를 살다가 틀림없이 죽을 것이고 우리의 후손들은 우리에게 다가오던 미래를 또 현재처럼 살다가 죽을 것이다. 신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