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아(Sarria)부터는 분위기 반전 입니다.
어제까지는 저 혼자 산타아고 순례길을 걷는 거 같은 고독함이 있었는데 오늘부터는 많은 순례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고독감 보다는 뭔가 활기찬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스페인 순례자들을 많이 만났고, 해외에서 오신 분들도 몇 분을 만났는데 다들 하나 같이 사리아에서 출발하신 분들입니다.
(순례자들이 갑자기 10배 이상 늘었습니다.)
제가 묵는 숙소에는 30~40명 정도 있고 다른 알베르게도 많은 분들이 묵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됩니다.
스페인분들이 갑자기 많이 늘어난 것은 사리아에서 산티아고까지 걸어가서 한해를 마무리하는 스페인의 오래된 전통 때문이라고 합니다. 며칠째 날씨가 너무나 좋습니다. 오늘도 한낮에는 봄같은 날씨였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손은 시립니다.)
참 다행인 것은 겨울 카미노를 시작할 때 날씨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제가 걷는 동안은 3~4일을 제외하면 좋은 날씨가 훨씬 많아 걷기에 편했습니다. 오늘 포함해 5일이 남았는데 나머지 일정도 좋은 날씨로 마무리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시내를 벗어나 2.5 km 정도 걸었을 때 긴 언덕길이 나옵니다. 조금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초반이라 거뜬히 올라갈 수 있습니다. 비레이(Vilei)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4.2 km 걸었구요. 마을은 조용고 깔끔 하며, 중세시대부터 존재 했던 마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을을 빠져 나오는 길에 멋진 운해를 보았습니다. 6.5 km를 걸어 타베르나 다 세라 (Taberna da Serra)에 도착했습니다. 마을은 깔끔하고 큰 방목지와 말들이 보입니다. 운해는 마을과 마을 사이를 지날 때마다 계속 보입니다. 사리아부터 산티아고까지는 약 100km의 거리고, 사리아 부터 걷기 시작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니 오늘 순례길에 여러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보게 됩니다. 대만의 젊은 커풀, 스페인 중년 부부와 부녀, 에콰도르 젊은 여성분 그리고 한 무리의 스페인 청년들…
이 분들은 오늘 사리아를 출발해 산티나고까지 걷는다고 합니다. 다들 첫날이라 그런지 생기가 넘쳐 보입니다. 부럽습니다. 패루스카요(Peruscallo)는 마을 중간에 밴딩 머신이 있는 조그만 쉘터가 있었습니다. 그곳에 잠시 앉아 준비해온 햄버거를 꺼내고, 커피를 한 잔 뽑아 마셨습니다. 잠시 쉬었지만 힘이 나네요.
마을 끝자락에는 수백년은 됨직해 보이는 나무들이 빼곡히들어차 있습니다. 나무 형상이 기괴하기도 하고 참 오묘 합니다. 오늘은 많은 시간을 고대나 중세시대 쌓아놓은 돌담길이 예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작은 여러 마을을 통과하고 운해를 보는 구간이 많습니다.
작은 마을들을 연이어 지나가는 길이라 지루하지 않지만 아쉬운 것은 마을 규모가 너무 작고 목축업을 생업으로 하고 있어 오픈한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 구간에서 유일하게 오픈한 오미랄로스(O Mirralos) BAR에는 많은 스페인 순례자들이 모여 있었고 저도 거기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길을 다시 나서 봅니다.
연이어 몇 개의 동네를 지나고, 흐랑코스(Francos)에 들어서 마을 중간을 지날 때 “산티나고까지 100km 가 남았다”는 조그만 조형물과 표지석을 보았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걸으면 될 것 같습니다. 사리아부터는 중간중간 쉘터도 있고 여러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걷는 분들이 많이 늘어 걷기에 부담 없는 분위기 입니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굉장히 적막한 분위기였는데 오늘부터는 굉장히 활기찹니다. 포르토마린은 검은 지붕에 흰색 벽으로 지어진 집들이 멀리서 보았을 때 너무 대비적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앞쪽에 큰 강이 흐르는 언덕 위에 위치한 마을 가운데에 아담하고 예쁜 성당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강폭은 굉장히 넓은데 고대시대 만들어 놓은 다리와 그 흔적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기 전 하트 모양에 걸어둔 자유의종(Liberty Bell)이 있는데 꼭 들러 종을 치고 다리를 거너시기 바랍니다.
Sarria, Galicia, Spain
time : Dec 26, 2024 8:02 AM
duration : 6h 8m 27s
distance : 23.2 km
total_ascent : 522 m
highest_point : 667 m
avg_speed : 3.9 km/h
user_id : euisikm
user_firstname : Eui Sik
user_lastname : Moon
🔹오늘의 이동경로🔹
사리아 (Sarria) → 비레이 (Vilei) → 다베르나 다 세라 (Taberna da Serra) → 노바힌카 (Nobafinca) → 패루스카요 (Peruscallo) → 헤레이로스 (Ferreiros) → 흐랑코스 (Francos) → 마르카도이로 (Marcadoiro) → 테야다 (Tellada) → 파르로차 (Parrocha) → 빌라차 (Vilacha) →포르토마린 (Portomarin)
※ 리곤데 산맥과 로사리오 고개를 오르는 다소 힘든구간.l
※ 포르토마린은 큰 강이 있는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