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디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들어가는 마지막 길을 걷는 날입니다.
간밤에 묵었던 숙소는 개인실이라 편히 좀 쉬고, 느지막하게 출발하려고 했으나 새벽 일찍 잠기 깨서 뒤척이다가 일찍 출발 하게 되었습니다. 새벽 6시 40분, 너무 이른 출발이 아닌가 고민도 되었지만 간밤에 이동 경로에 대한 확인을 모두 해두었기에 걱정 없이 배낭을 들처매고 길을 나섰습니다. 오 페드로우소를 빠져 나와 어둠 속에서 울창함 유칼립투스 숲을 지나갑니다. 칠흙같은 어둠속이지만 나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마을을 지나자마자, 가파른 언덕 길이 500m 정도 이어집니다. 그 이후 완만한 오르막 경사가 있는 유칼립투스 숲길을 또 걷습니다. 밤이 어두워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산티아고 공항이 있는 산 파이오(San Paio)라는 마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아직도 어둠은 그치지 않았고, 포장된 도로길을 따라 저 너머에 불빛만이 보입니다. 마을 지나서는 완만한 오르막 길 입니다. 세 번째 마을인 라바코야(Lavacolla)에 도착해서야 주변이 환해졌습니다. 오늘도 새삼 느끼는 거지만 이곳의 새벽은 8시 30분 까지이고 9시는 되어야 날이 환희 밝습니다. 그러고 보니 2시간 30분 이상을 어둠 속에서 걸었네요.
마을은 잘 정돈 되어 있고 예쁘게 꾸며져 있습니다. 산티아고 가까이에 있는 마을이라 그런지 세련된 마을 입니다. 마을을 빠져나오자 언덕길이 한참 이어집니다. 길게 이어진 언덕길을 지나 몬테 도 고소(Monte do Gozo)부터는 만만한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산티아고 도심 외곽에 진입하면서 커다란 자동차 소음이 이곳이 대도사라는 것을 웅변해줍니다. 카미노길 표지를 따라 한참을 걸어도 대성당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계속 앞으로 걸어가지만 대성당 첨탑은 여전히 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길을 잘못 든 것은 아닌지 초조한 마음이 잠시 드는 순간 첨탑의 모습이 골목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만감이 교체 하며 울컥 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울컥 한 감정이 무엇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대성당 광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경찰과 군인들이 막아서서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 하고 있었고, 특히 배낭을 맨 순례객은 접근을 못하도록 막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산티아고 정제계의 거물들이 모여 행사를 하는 날이었고 1시 30분까지는 진입이 불가하다고 합니다.
32 일간 걸었던 순례길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기억의 순간을 갖지 못하고 빼앗겨버려 지금도 아쉽습니다. 멀리 서서 행사 모습을 구경하다가 통제 된 길을 피해 멀리 돌아 순례자 인증서를 발급 받으러 Pilgrim's Reception Office로 갔습니다. 행사 구경하며 인터넷으로 신청을 해둔 탓에 인증서는 수월하게 받았습니다. 두 장의 인증서를 받아 들고 예약된 숙소인 Hospedaría San Martiño Pinario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여전히 아쉬운 것은 도착한 시각에 산티아고 대성당 광장에 행사가 있어 그동안 고생 했던 마지막 순간의 감회를 느껴 보지 못 했다는 것입니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저녁식사 후 여장도 정리하지 못하고 샤워만 하고 골아떨어졌습니다. 아침 9시에 예약해둔 Fisterra와 Muxia 방문일정이 있어 조식을 대충 챙겨 먹고 다녀왔습니다. 다녀와 느낀 점은 제가 조금 더 경험이 있고 넉넉한 시간이었다면 Fisterra와 Muxia까지 걸어서 갔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가는 길이 그 정도로 아름답고 예쁩니다. [두 가지 팁]
1)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순례자 증명서 발급 받는 곳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Google 맵에 Pilgrim's Reception Office (순례자협회 사무실) 단어를 입력 하여 위치를 확인하고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대성당 근처임에도 불구하고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겨울 카미노는 인증서 받으려는 사람도 많지 않아 주변이 한산해 더욱 찾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인증서를 받고 나서 저에게 위치를 물어 보는 사람도 꽤 많았습니다.
2) Santiago에 숙소를 잡으실 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Hospedaría San Martiño Pinario에 사전 예약 후 묵으시길 당부 드립니다. 일반 이용자에게는 하루에 70에서 100유로를 받는데 순례자들에게는 조식을 포함하여 27유로 정도에 숙소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정확한 비용은 체크아웃 후 올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예약 하는 방법은 Hospedaría San Martiño Pinario로 직접 전화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면 예약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는 분들은 꼭 여기 와서 묵는다고 하고 특히 현지인들은 송년 만찬을 이곳에서 갖기 위해 일부러 순례길을 걷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순례길을 여러번 걸었다고 했던 카미노 친구들을 이곳에서 다 만난 것 같습니다.
Arzúa, Galicia, Spain
time : Dec 30, 2024 6:48 AM
duration : 4h 59m 10s
distance : 20 km
total_ascent : 363 m
highest_point : 392 m
avg_speed : 4.0 km/h
user_id : euisikm
user_firstname : Eui Sik
user_lastname : Moon
🔹경로 : 오 페드로우소 (O Pedrouzo) → 아메날 (Amenal) → 산 파이오 (San Paio) → 라바코야 (Lavacolla) → 비라마이오르 (Vilamaior) → 산 마르코스 (San Marcos) → 몬테 도 고소 (Monte do Gozo)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
🔸최고고도 : 370m
🔸최저고도 : 260m
🔸노면 : 흙길, 도로길
※ 아메날을 지나면서는 가파른 오르막길과 고소 산의 경사진 길을 걷고 나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
※ 순례자협회 사무실에서 순례자 증명서 발급
※ 12/31 우리나라의 땅끝마을에 해당하는 Fisterra와 Muxia 버스 이용해서 방문 후 숙소애서 마련한 송년만찬 참석 후 산티아고 대성당 광장의 신년행사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