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차가 되니 알프스도 일상이 된다. 텐트를 걷고 꾹꾹 눌러서 가방을 싸고 무거운 짐을 들고 길을 걷는다. 정리를 못하는 성격인게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자주 쓸 건 꺼내기 편한 곳에 둬야하는데 뭐 한 번 꺼낼라면 가방을 뒤집고 난리다. 이 쯤 되니 우리나라 음식도 많이 생각이 난다. 등산다닐 때 김밥을 가지고 다녀서 그런지 팀장님이랑 김밥 먹고싶단 얘기를 많이 했다. 김밥, 떡볶이, 라면... 한국에서 일상인 음식이 여기에선 꿈같은 소리다. 꿈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꿈이 되다니 신기한 일이다. 라풀리에서 샹펙스까지 12프랑을 주고 버스를 탔다. 중간에 내려서 갈아타야했다. 버스비를 또 내야하나 해서 기사에게 물어보니 탈 때 준 버스티켓을 보여주면 된다고 했다. 샹펙스 호수에 도착해서 호수를 보는데 맑고 아름답기는 했으나 큰 감흥은 없었다. 조금 걷고 유명하다는 빵집에 가서 슈와 에끌레어와 라떼를 사서 먹었는데 왜 유명한지 모르겠다. 오늘따라 올라 가기 싫어서 샹펙스에서 하루 있을까 고민해봤지만 딱히 할 일도 없고 물가도 높고 빨래도 하고 싶고 해서 그냥 출발했다. 처음엔 계속 내리막이다. 산 길 갔다가 임도갔다가 해서 이 길이 맞나 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예쁜 집들과 커다란 나무들, 물을 받을 수 있는 곳도 많은 아름다운 길을 가며 방심했는데 890미터를 올린다. 중간에 물이 엄청 많은 계곡을 3번정도 건넜다. 알프스 계곡들은 물살이 세서 이끼가 없어 돌이 미끄럽지는 않다. 힘들게 보빈산장을 왔는데 4시쯤 도착해서 그런지 이미 영업을 마감했댄다. 스탬프 도장을 부탁해서 찍고 물만 받아 다시 출발했다. 지금까지는 위압감 넘치는 경치였다면 여기는 왜 소백산을 한국의 알프스라고 하는지 알겠는 곳이다. 철쭉이 가득 피어서 외국철쭉은 핫핑크네 이 색도 예쁘네 라고 했는데 알펜로제 라는 꽃이었다. 동화책 속에 나올 것 같은 나무와 연못도 있었는데 사진찍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너무 예뻐서 완전 감동하면서 내려왔다. 르프티 야영장으로 내려오니 공항에서 만난 두 부부가 계셨는데 얼굴이 새까맣게 타셔서 무지 건강해 보이셨다. 얘기를 들어보니 아르페떼를 넘어오셨다고 무지 위험하셨다고 그런만큼 빙하가 정말 멋졌다고 말씀하셨다. 얼굴에 만족감과 성취감이 가득하셨다. 나는 택도 없을 게 확실했다. 안가길 다행이다. 500미리에 15프랑하는 코르크마개도 아닌 와인을 몇 병씩 마시며 알프스 얘기로 늦게까지 꽃을 피웠다.

Hiking/Backpacking

르프티야영장 8프랑 늦게까지 매점은 열었다.

Orsières, Wallis, Switzerland

time : Jun 30, 2024 11:01 AM

duration : 8h 16m 50s

distance : 15.9 km

total_ascent : 756 m

highest_point : 2099 m

avg_speed : 2.1 km/h

user_id : chogeni

user_firstname : 세은

user_lastname : 박

9일차가 되니 알프스도 일상이 된다. 텐트를 걷고 꾹꾹 눌러서 가방을 싸고 무거운 짐을 들고 길을 걷는다. 정리를 못하는 성격인게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자주 쓸 건 꺼내기 편한 곳에 둬야하는데 뭐 한 번 꺼낼라면 가방을 뒤집고 난리다. 이 쯤 되니 우리나라 음식도 많이 생각이 난다. 등산다닐 때 김밥을 가지고 다녀서 그런지 팀장님이랑 김밥 먹고싶단 얘기를 많이 했다. 김밥, 떡볶이, 라면... 한국에서 일상인 음식이 여기에선 꿈같은 소리다. 꿈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꿈이 되다니 신기한 일이다. 라풀리에서 샹펙스까지 12프랑을 주고 버스를 탔다. 중간에 내려서 갈아타야했다. 버스비를 또 내야하나 해서 기사에게 물어보니 탈 때 준 버스티켓을 보여주면 된다고 했다. 샹펙스 호수에 도착해서 호수를 보는데 맑고 아름답기는 했으나 큰 감흥은 없었다. 조금 걷고 유명하다는 빵집에 가서 슈와 에끌레어와 라떼를 사서 먹었는데 왜 유명한지 모르겠다. 오늘따라 올라 가기 싫어서 샹펙스에서 하루 있을까 고민해봤지만 딱히 할 일도 없고 물가도 높고 빨래도 하고 싶고 해서 그냥 출발했다. 처음엔 계속 내리막이다. 산 길 갔다가 임도갔다가 해서 이 길이 맞나 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예쁜 집들과 커다란 나무들, 물을 받을 수 있는 곳도 많은 아름다운 길을 가며 방심했는데 890미터를 올린다. 중간에 물이 엄청 많은 계곡을 3번정도 건넜다. 알프스 계곡들은 물살이 세서 이끼가 없어 돌이 미끄럽지는 않다. 힘들게 보빈산장을 왔는데 4시쯤 도착해서 그런지 이미 영업을 마감했댄다. 스탬프 도장을 부탁해서 찍고 물만 받아 다시 출발했다. 지금까지는 위압감 넘치는 경치였다면 여기는 왜 소백산을 한국의 알프스라고 하는지 알겠는 곳이다. 철쭉이 가득 피어서 외국철쭉은 핫핑크네 이 색도 예쁘네 라고 했는데 알펜로제 라는 꽃이었다. 동화책 속에 나올 것 같은 나무와 연못도 있었는데 사진찍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너무 예뻐서 완전 감동하면서 내려왔다. 르프티 야영장으로 내려오니 공항에서 만난 두 부부가 계셨는데 얼굴이 새까맣게 타셔서 무지 건강해 보이셨다. 얘기를 들어보니 아르페떼를 넘어오셨다고 무지 위험하셨다고 그런만큼 빙하가 정말 멋졌다고 말씀하셨다. 얼굴에 만족감과 성취감이 가득하셨다. 나는 택도 없을 게 확실했다. 안가길 다행이다. 500미리에 15프랑하는 코르크마개도 아닌 와인을 몇 병씩 마시며 알프스 얘기로 늦게까지 꽃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