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곡 주차장 - 제1등산로 - 정상 - 제3등산로 - 자하곡 주차장 목요일 아침이었는데도 날씨가 너무 좋아서였는지 자하곡 주차장에 주차된 차가 제법 많았다. 그제 내린 비로 깨끗해진 하늘을 보니 억새밭 또한 기대가 되었다. 제1등산로 초입까지 경사는 굉장히 완만한데다 울창한 나무들과 풀들이 내뿜는 촉촉한 풀내음은 마치 산림욕을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곳곳에 잘 정비된 운동 기구들과 쉼터들이 마련되어 있는 걸 보니 휴일이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 기분 좋게 제1등산로를 들어선 것도 잠시, 진행 방향 오른쪽에 자하정이라는 전망대가 있다는 이정표가 나오길래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얼마 안 멀어서 잠깐 들렀다 다시 복귀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게 큰 실수였다. 원래 진행 방향으로 계속 가다보니 이게 길인가 싶을 정도로 정비되지 않은 울창한 숲 속을 파고들기 시작했는데, 계속 의심하면서도 곳곳에 오래된 등산 비표가 나오고 나름 다져진 부분도 있길래 계속 진행했다. 램블러 지도도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것으로 나왔지만 GPS 오류겠거니 하면서. 길치들은 이게 문제다. 모든 조건이 길이 아니라고 알려주는데도 내 눈에 길로 보이면 그게 맞는 길인거다. 거의 다 나은 줄 알았는데 다시 도졌나보다 ㅠ 대략 500m 정도 낑낑대고 나서야 제대로 된 등산로가 나타났고, 마침 만난 어르신께 어느 길로 오셨는지 여쭤봤더니 자하정을 거쳐 진행해야 암릉길로 올 수 있고 내가 왔던 숲 길은 옛날에 다니던 길 같다고 하셨다. 주변을 둘러보니 탁 트인 길만 쭈욱 이어져 있는데 이런 걸 놔두고 사방이 꽉 막힌 숲을 뚫고 나왔으니 어이가 없었다 ㅋ 그래도 고생한 데 대한 보상이었는지 예상치도 못했던 장관에 엄청 상쾌했다. 억새에만 관심 있었는데 이런 선물을 받을 줄이야. 상쾌한 암릉길을 계속 걸어 화왕산성 초입에 도착하니 드디어 억새밭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황매산도 장관이지만 화왕산도 억새밭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충분히 시간 들여 감상하고 사진 찍긴 했지만 더 여유가 있었다면 느긋하게 도시락 먹고 낮잠도 자고 싶었을 정도로 완벽한 날씨와 풍경이었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막상 화왕산 정상에서는 억새밭이 보이진 않았지만 멋진 암릉을 볼 수 있었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화왕산이었는데도 이렇게나 멋진 선물을 받을 줄이야. 내가 얼마나 무지한 지 다시금 깨닫게 됐다.

Hiking/Backpacking

제1등산로는 자하정을 통해 올라가야 제대로 된 길로 오를 수 있으니 주의할 것. 화왕산성까지 가기 전에는 암릉길이 계속되므로 접지력 좋은 등산화는 필수.

Changnyeong-gun, Gyeongsangnam-do, South Korea

time : Oct 24, 2024 10:57 AM

duration : 3h 34m 37s

distance : 6.2 km

total_ascent : 655 m

highest_point : 785 m

avg_speed : 2.2 km/h

user_id : csh330

user_firstname : 상훈

user_lastname : 최

자하곡 주차장 - 제1등산로 - 정상 - 제3등산로 - 자하곡 주차장 목요일 아침이었는데도 날씨가 너무 좋아서였는지 자하곡 주차장에 주차된 차가 제법 많았다. 그제 내린 비로 깨끗해진 하늘을 보니 억새밭 또한 기대가 되었다. 제1등산로 초입까지 경사는 굉장히 완만한데다 울창한 나무들과 풀들이 내뿜는 촉촉한 풀내음은 마치 산림욕을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곳곳에 잘 정비된 운동 기구들과 쉼터들이 마련되어 있는 걸 보니 휴일이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 기분 좋게 제1등산로를 들어선 것도 잠시, 진행 방향 오른쪽에 자하정이라는 전망대가 있다는 이정표가 나오길래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얼마 안 멀어서 잠깐 들렀다 다시 복귀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게 큰 실수였다. 원래 진행 방향으로 계속 가다보니 이게 길인가 싶을 정도로 정비되지 않은 울창한 숲 속을 파고들기 시작했는데, 계속 의심하면서도 곳곳에 오래된 등산 비표가 나오고 나름 다져진 부분도 있길래 계속 진행했다. 램블러 지도도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것으로 나왔지만 GPS 오류겠거니 하면서. 길치들은 이게 문제다. 모든 조건이 길이 아니라고 알려주는데도 내 눈에 길로 보이면 그게 맞는 길인거다. 거의 다 나은 줄 알았는데 다시 도졌나보다 ㅠ 대략 500m 정도 낑낑대고 나서야 제대로 된 등산로가 나타났고, 마침 만난 어르신께 어느 길로 오셨는지 여쭤봤더니 자하정을 거쳐 진행해야 암릉길로 올 수 있고 내가 왔던 숲 길은 옛날에 다니던 길 같다고 하셨다. 주변을 둘러보니 탁 트인 길만 쭈욱 이어져 있는데 이런 걸 놔두고 사방이 꽉 막힌 숲을 뚫고 나왔으니 어이가 없었다 ㅋ 그래도 고생한 데 대한 보상이었는지 예상치도 못했던 장관에 엄청 상쾌했다. 억새에만 관심 있었는데 이런 선물을 받을 줄이야. 상쾌한 암릉길을 계속 걸어 화왕산성 초입에 도착하니 드디어 억새밭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황매산도 장관이지만 화왕산도 억새밭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충분히 시간 들여 감상하고 사진 찍긴 했지만 더 여유가 있었다면 느긋하게 도시락 먹고 낮잠도 자고 싶었을 정도로 완벽한 날씨와 풍경이었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막상 화왕산 정상에서는 억새밭이 보이진 않았지만 멋진 암릉을 볼 수 있었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화왕산이었는데도 이렇게나 멋진 선물을 받을 줄이야. 내가 얼마나 무지한 지 다시금 깨닫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