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가을, 아오모리에 오다.둘째날 (아오모리 ㅡ하가다로프웨이)

새벽에 일어났다. 어젯밤 읽다가 잠든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여전히 내 영혼에 비목처럼 남아있다. 바닷가에 나무를 심는다는 그들의 계획이 어떻게 이어질까?를 생각하며 제주의 중산간의 겨울 눈을 상상하다 잠이 들었나보다. 아직도 밤의 여운이 남아있는 너른 창밖으로 비목같은 숲이 보였다. 매일미사를 했다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 많이 주셨구나, 그래서 많이 일하셨구나. 털털 털고 일어나 노천탕에 가서 하늘을 보았다. 반딧불이는 사라지고 새벽달이 은사시나무에 걸렸다. 바람이 불고 사시나무가 떨고있다. 울 엄마 아버지의 나무. 은사시나무(일명 포플러). 두분은 본인의 땅의 경계를 늘 포플러를 심어 자기영역을 표시하고 저기까지가 우리땅이라고 가르쳐주셨다. 포플러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햇살에 반짝이는 것이 나는 좋다. 흔들리지만 꺽이지않는 키다리나무의 근성도 좋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휘이 소리를 내서 좋고 무엇보다 엄니 아버지를 뵐수있어서 좋다. 이런 곳에 함께 계시면 등이라도 밀어드리고 조단조단 이야기도 들어드릴건데 참 아숩고 그립다. 엄니, 아부지. 나이가 이리 많이 들었어도 나는 그들에게는 어린아이. 눈물이 두방울, 모락 모락 노천탕에 떨어져 사라진다. 살아생전 첫월급으로 못사드린 빤스를 사서 내세에 꼭 입혀드리고싶다. 사는 날까지 두분의 이름이 계속 맑게 남아 있도록 살아야겠다. 아침을 부페로 먹었다. 나는 고항(밥)한그릇에 고등어구이 그리고 야채에 딱! 세장씩들어있는 일본 김을 다섯개 가져와서 와구와구 싸먹었다. 일본김은 왜 요라고 달까?는 내 영원한 의문. 나는 일본에서 공부했고, 일본 유방암학회를 거의 15년 해마다 다닌 일본통이지만 쓰나미를 본 이후 일본을 오지 못했다. 쓰나미가 해안에서 집들을 쓸어버린 그날, 외래에서 잠시 도이레가는 길에 티비에서 본 순간의 충격과 공포가 내안에 지금도 생생하다. 오는 길에도 그 기억이 났으나, 가족여행이 주는 힘이 더 좋았던 모양이다. 둘째 언니가 기획하고 나와 오빠, 크리스티나는 숫가락만 얹었다. 심지어 아오모리가 청림이여? 와보니 靑森 (청삼) 푸른숲이란디, 나는 와 삼森이 림林으로 계속 읽힌가모르겠다. 어제 본 일본의 시골풍경은 삼십년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달라진게 없다. 지금은 오히려 우리나라가 더 길도 넓고 좋아진듯 세월이, 그 삼십년의 세월이 ... 우리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이제 정치만 잘하면 되는데 아직도 이조시대 중후반의 붕당정치가 계속되고 반대파가 정권을 잡으면 국민의 이름으로 적폐청산한다고 저러고 있는걸보면, 이조시대의 정권만바뀌면 반대파 숙청하고 죽이는 "환국"을 본듯하다. 참으로 개탄할 시국이 걱정이다. 택시를 빌려타고 하가다山 로프웨이를 한시간 걸려갔다. 2540미터의 높은 산의 중턱까지 로프웨이가 있고 무려 한시간줄을 서있다 올라갔다. 유명한 관광지인가보다.(사전지식 全無) 滿席인 케이블카를 타고 점차 하얗게 몸을 드러내는 주목나무들을 보니 화산지역인거맞다. 묘한 산세에 나무들이 고사하지않고 살아가 이루는 풍경이 진기했다. 단 십분을 타고 올라가니 삼십분코스와 육십분코스의트렉킹로드가 있어 우리는 삼십분코스를 택하고 멀리뵈는 동해를 바라보았다. 아오모리는 호카이도섬 바로 아래 일본 본섬의 북단에 있는 작은 도시이니 하가다山에 오니 반도의 지도가 보인다. 저 너머에는 북한의 함경도정도 될까? 간단하게 부페에서 집어온 빵과 과일 커피로 산정에서 점심을 먹고 이쁜 길을 걸어 걸어 조그만 습지에 도착해 동영상으로 그냥 왜 그 찬송이 생각났는지 모를 "오 하느님의 은혜로"를 부르고 찬양하게된다. 바람한점없는 습지에서 멀리 분화구로 느껴지는 정상을 바라보니 오름에 오른 느낌도 났다. 평화와 고요속에 광휘가 조용히 내게 왔다. 아주 편한 둘레길을 사목사목 걸어서 멀리뵈는 분화구에 안녕을 고하고 내려왔다. 오던길에 스카이 호텔 근처의 유황온천에 들릴까하다가 못간것이 좀 안타깝다. 나중에 공항에서 만난 이의 말에 의하면 세계적인 온천이라고 했고 나는 다음기회라는 기대치로 남겨두었다. 봄이나 겨울에 눈싸여 고목처럼 서있는 저 주목나무숲을 다시 보고 눈내리는 유황온천의 노천탕에 앉거나 누워 청명한 하늘을 만나고 싶다. 운전사 쓰기야마양이 모는 올드카,도요타 구르마를 타고 호텔에 도착하여 어제와 같은 저녁부페를 맛있게 먹고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노천탕에 누우니 세상부러울게 없다. 반짝 나타났다 이내 사라졌다 다시 반짝 반짝 그러다 또 사라졋다하는 반딧불이들이 모여 사는 곳. 영혼의 불꽃처럼 사그라지는 시간들을 조용히 드려다본다. 삶,살림.죽음의 중간지대에서 사이사이의 경계를 넘어갔다 다시 넘어오는 시간들의 기인 행렬을 의식하며 깨어있다. 아하, 그렇구나. ㅡ2024.10.22 요요마쓰다

Road Trip

Kamikita County, Aomori Prefecture, Japan
birdychoi photo
time : Oct 22, 2024 5:21 AM
duration : 3h 44m 34s
distance : 5.3 km
total_ascent : 153 m
highest_point : 120 m
avg_speed : 4.5 km/h
user_id : birdychoi
user_firstname : 명숙
user_lastname : 최
새벽에 일어났다. 어젯밤 읽다가 잠든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여전히 내 영혼에 비목처럼 남아있다. 바닷가에 나무를 심는다는 그들의 계획이 어떻게 이어질까?를 생각하며 제주의 중산간의 겨울 눈을 상상하다 잠이 들었나보다. 아직도 밤의 여운이 남아있는 너른 창밖으로 비목같은 숲이 보였다. 매일미사를 했다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 많이 주셨구나, 그래서 많이 일하셨구나. 털털 털고 일어나 노천탕에 가서 하늘을 보았다. 반딧불이는 사라지고 새벽달이 은사시나무에 걸렸다. 바람이 불고 사시나무가 떨고있다. 울 엄마 아버지의 나무. 은사시나무(일명 포플러). 두분은 본인의 땅의 경계를 늘 포플러를 심어 자기영역을 표시하고 저기까지가 우리땅이라고 가르쳐주셨다. 포플러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햇살에 반짝이는 것이 나는 좋다. 흔들리지만 꺽이지않는 키다리나무의 근성도 좋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휘이 소리를 내서 좋고 무엇보다 엄니 아버지를 뵐수있어서 좋다. 이런 곳에 함께 계시면 등이라도 밀어드리고 조단조단 이야기도 들어드릴건데 참 아숩고 그립다. 엄니, 아부지. 나이가 이리 많이 들었어도 나는 그들에게는 어린아이. 눈물이 두방울, 모락 모락 노천탕에 떨어져 사라진다. 살아생전 첫월급으로 못사드린 빤스를 사서 내세에 꼭 입혀드리고싶다. 사는 날까지 두분의 이름이 계속 맑게 남아 있도록 살아야겠다. 아침을 부페로 먹었다. 나는 고항(밥)한그릇에 고등어구이 그리고 야채에 딱! 세장씩들어있는 일본 김을 다섯개 가져와서 와구와구 싸먹었다. 일본김은 왜 요라고 달까?는 내 영원한 의문. 나는 일본에서 공부했고, 일본 유방암학회를 거의 15년 해마다 다닌 일본통이지만 쓰나미를 본 이후 일본을 오지 못했다. 쓰나미가 해안에서 집들을 쓸어버린 그날, 외래에서 잠시 도이레가는 길에 티비에서 본 순간의 충격과 공포가 내안에 지금도 생생하다. 오는 길에도 그 기억이 났으나, 가족여행이 주는 힘이 더 좋았던 모양이다. 둘째 언니가 기획하고 나와 오빠, 크리스티나는 숫가락만 얹었다. 심지어 아오모리가 청림이여? 와보니 靑森 (청삼) 푸른숲이란디, 나는 와 삼森이 림林으로 계속 읽힌가모르겠다. 어제 본 일본의 시골풍경은 삼십년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달라진게 없다. 지금은 오히려 우리나라가 더 길도 넓고 좋아진듯 세월이, 그 삼십년의 세월이 ... 우리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이제 정치만 잘하면 되는데 아직도 이조시대 중후반의 붕당정치가 계속되고 반대파가 정권을 잡으면 국민의 이름으로 적폐청산한다고 저러고 있는걸보면, 이조시대의 정권만바뀌면 반대파 숙청하고 죽이는 "환국"을 본듯하다. 참으로 개탄할 시국이 걱정이다. 택시를 빌려타고 하가다山 로프웨이를 한시간 걸려갔다. 2540미터의 높은 산의 중턱까지 로프웨이가 있고 무려 한시간줄을 서있다 올라갔다. 유명한 관광지인가보다.(사전지식 全無) 滿席인 케이블카를 타고 점차 하얗게 몸을 드러내는 주목나무들을 보니 화산지역인거맞다. 묘한 산세에 나무들이 고사하지않고 살아가 이루는 풍경이 진기했다. 단 십분을 타고 올라가니 삼십분코스와 육십분코스의트렉킹로드가 있어 우리는 삼십분코스를 택하고 멀리뵈는 동해를 바라보았다. 아오모리는 호카이도섬 바로 아래 일본 본섬의 북단에 있는 작은 도시이니 하가다山에 오니 반도의 지도가 보인다. 저 너머에는 북한의 함경도정도 될까? 간단하게 부페에서 집어온 빵과 과일 커피로 산정에서 점심을 먹고 이쁜 길을 걸어 걸어 조그만 습지에 도착해 동영상으로 그냥 왜 그 찬송이 생각났는지 모를 "오 하느님의 은혜로"를 부르고 찬양하게된다. 바람한점없는 습지에서 멀리 분화구로 느껴지는 정상을 바라보니 오름에 오른 느낌도 났다. 평화와 고요속에 광휘가 조용히 내게 왔다. 아주 편한 둘레길을 사목사목 걸어서 멀리뵈는 분화구에 안녕을 고하고 내려왔다. 오던길에 스카이 호텔 근처의 유황온천에 들릴까하다가 못간것이 좀 안타깝다. 나중에 공항에서 만난 이의 말에 의하면 세계적인 온천이라고 했고 나는 다음기회라는 기대치로 남겨두었다. 봄이나 겨울에 눈싸여 고목처럼 서있는 저 주목나무숲을 다시 보고 눈내리는 유황온천의 노천탕에 앉거나 누워 청명한 하늘을 만나고 싶다. 운전사 쓰기야마양이 모는 올드카,도요타 구르마를 타고 호텔에 도착하여 어제와 같은 저녁부페를 맛있게 먹고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노천탕에 누우니 세상부러울게 없다. 반짝 나타났다 이내 사라졌다 다시 반짝 반짝 그러다 또 사라졋다하는 반딧불이들이 모여 사는 곳. 영혼의 불꽃처럼 사그라지는 시간들을 조용히 드려다본다. 삶,살림.죽음의 중간지대에서 사이사이의 경계를 넘어갔다 다시 넘어오는 시간들의 기인 행렬을 의식하며 깨어있다. 아하, 그렇구나. ㅡ2024.10.22 요요마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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