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hwa-gun, Gyeongsangbuk-do, South Korea
time : Nov 25, 2024 9:39 AM
duration : 4h 31m 15s
distance : 6.7 km
total_ascent : 731 m
highest_point : 875 m
avg_speed : 1.6 km/h
user_id : dunya.miro
user_firstname : Miro
user_lastname : Jo
너무나 청량한 날씨에 기분좋은 산행.
선학정 옆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바로 앞에 있는 등산로에서 등산 시작. 얼마 안가 한 노부부를 마주쳤다. 초면이지만 환하게 웃으며 인사해 주시더니 청량사 다녀오시는 길이란다. 등산하기 너무 좋은 날이라며 잘 다녀오라고 하시는데, 두 분 다 얼굴에서 선량함이 가득 흘러넘치는 아주 따뜻한 분들이셨다. 지금 생각하면 청량사에서 나오신 부처님을 뵀었나 할 정도ㅎㅎ
두 분 덕에 아주 좋은 스타트를 끊어 그 기분좋음이 쭉 이어졌다. 청량사는 산 중턱의 아주 아름다운 절이었고, 맑은 하늘 아래 너무나 고요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어제 일요일이 주욍산을 갔더니 너무 도떼기 시장이라 차라리 덜 유명한 청량산을 일요일에 가고 주왕산을 월요일에 갔어야 했다고 후회했는데, 청량사 한 구석에 조용히 앉아 고요 속에 묻힌 절의 풍경과 산세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가 이걸 위해서 어제 주왕산의 시끄러움을 겪어야만 했구나 싶을만큼 너무나 평화롭고 좋았다. 법당에 들어가 삼배하고 잠시 좌선하고도 싶었지만 갈 길이 멀기에 바깥에 잠시 앉아 구경하고 사진만 찍었다. 종무소를 지나 다시 절 바깥으로 나가려는데, 종무소 안에 계시던 처사님이 손짓해 부르시더니, 올라오느라 당 떨어졌을텐데 당 보충하라며 카라멜과 사탕을 안겨주시는 게 아닌가. 오오 오늘 부처님을 여럿 뵙는다.
하늘다리로 바로 가는 코스도 있지만 여유롭게 더 다양한 전경을 즐기기 위해 산꾼의 집 방향으로 향했다. 약차 한 잔 얻어마시고 갈 수 있을까 기웃거렸지만 굳게 닫혀있는 문.. 사진만 찍고 다시 등산로로 향한다.
낙엽이 많이 쌓여 있다보니 계단이 오히려 반가웠다. 흙길위에 수북히 쌓인 낙엽 안에 뭐가 있을지 몰라서. 자소봉/연적봉으로 가는 길은 단 한 분의 산객 외엔 사람이 없어서 외딴 산 속에서 홀로 걷는 느낌을 진득하게 즐길 수 있었다. 자소봉은 어디였는지도 모르게 지나가 버렸고, 탁필봉을 지나 전망이 좋은 연적봉에서 잠시 머물러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었다. 낙엽이 무성히 쌓인 산길에 뭔가 크기가 좀 있는 동물이 바스락대는 듯한 소리가 들려 잠시 멧돼지인가 쫄기도 하고 ㅎㅎ 다람쥐 청설모 딱다구리 이름 모를 작은 새들 등 다양한 동물들도 만날 수 있었다.
청량산 하늘다리에 이르자 다시 탁 터진 전경에 속이 시원했다. 사방이 다 트인 탓에 바람은 좀 있어서 쌀쌀했지만 여튼 다리 전세내어 건넌다. 아침에 비해 구름이 깔려 조금 흐려졌지만 여전히 나쁘지는 않은 날씨.
하늘다리 전이었는지 후였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가족이 지나가는데 여자분께서 남편이 저혈당이 와 혹시 사탕이 있으면 나눠줄 수 있겠냐고 하셔서 아까 절에서 받은 카라멜 2개 남은 걸 드렸다. 내가 받은 마음을 또 남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이런 선순환에 기분이 더 좋아진다.
정상 장인봉은 별거 없는 곳이어서 인증 사진만 찍고 바로 하산했다. 청량사 방향으로 다시 가볼까 하다가 처음 계획대로 청량폭포 방향으로 내려갔는데, 급경사 하산길이고 조망도 별로 없어서 차라리 청량사나 한 번 더 보고갈 걸 싶었다. 그러다가도 가끔 건너편 산 뷰가 보이는 곳을 지나면 이런 새로운 광경을 보여주려고 내 발걸음이 나를 이리로 이끌었구나 하면서 나의 선택을 합리화(?)한다ㅎㅎ
청량폭포 방향으로 내려왔으나 정작 청량폭포는 귀찮아서 보러 가지 않고 바로 주차장으로 향한다. 차도를 따라 룰루랄라 걷다보면 금방이다.
이리하여 주왕산과 대비되는 너무나 고요하고 정숙한(?) 청량산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