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jin-gun, Jeollanam-do, South Korea
time : Dec 18, 2024 9:30 AM
duration : 1h 2m 27s
distance : 1.4 km
total_ascent : 282 m
highest_point : 298 m
avg_speed : 1.4 km/h
user_id : dunya.miro
user_firstname : Miro
user_lastname : Jo
사람들이 [유격 훈련]이라 칭하는 강진 덕룡산 등산 코스. 또는 남도의 공룡능선. 천관산-덕룡산-월출산을 매일 오르는 일정이라 덕룡산도 짧게 갈까 하였으나, 바위 타는 걸로 유명한 이 귀한 산을 최단코스 따위로 갈 순 없지. 소석문-동봉-서봉-수양마을 코스로 움직이기로 한다.
진달래 피는 봄에 인기있는 코스라는데, 찬바람이 쌀쌀한 겨울날에 갔더니 공룡 능선에 사람 그림자도 없다ㅎㅎ 소석문에는 작지만 깨끗한 화장실도 있고 차 몇대가 주차할 만한 공간도 있어 편하게 출발했다. 출발할 때 바람은 좀 있었지만 날씨도 좋고 산과 들판, 그리고 바다를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멋진 뷰 덕에 신이 나서 바위를 넘나들었다. 석문산 뷰도 멋지고 바다뷰도 멋지고 360도 방향으로 눈이 즐겁다. 호치키스와 밧줄과 함께 하는 유격훈련 구간은 언제나 나의 최애지만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오른다.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바위와 오솔길이 번갈아 가며 등장해 단짠단짠의 느낌마저 준다. 그런데 정상인 동봉에 가까워오자 두꺼운 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일기예보 상에 의하면 오후에 흐리고 바람도 더 거세질 예정이긴 했는데 생각치 못한 눈까지 오다니… 하필이면 바람도 진행방향의 맞바람이라서 서봉을 지나 수양마을 하산길로 가려면 눈발 섞인 맞바람을 맞으며 2시간 정도 더 이동해야 한다. 동봉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내일 월출산에서도 꽤 길게 산행해야 하고 하니 결국 안전제일!을 핑계로 중탈하기로 한다. 마침 사람들이 최단코스로 활용하는 만덕광업 코스가 바로 옆이다. 짧은 대신 급경사라 해서 무릎을 걱정하며 내려갔는데 생각보다 길은 양호했다. 정말 그지같은(…) 등산로를 많이 돌아다녔다 보니 이 정도면 감사한 길이다ㅋㅋ 그리고 정말 짧아서 순식간에 만덕광업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램블러가 어느샌가 중간에 꺼져 있었다! 트랭글은 살아 있는데. 지도 보다가 실수로 램블러만 껐나보다ㅠ)
만덕광업에서 택시를 부를까 하다가 지도를 살펴보니 한 시간 정도 걸으면 주차해놓은 출발지 소석문까지 갈 수 있길래 걷는 것을 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바람이 좀 거세긴 했지만 방금 넘어온 덕룡산 능선을 쭉 바라보며 잘 정비된 시골길을 걷는거라 이 길은 걷기 여행로로도 추천할만하다 했는데, 알고보니 “남파랑길” 및 “남도명품길”의 일부였다. 목줄에 묶이지 않은 강아지 세 마리가 날 보고 달려와 길을 막고 위협적으로 으르릉 대는 통에 약간 난감하긴 했으나, 주인 아저씨가 나타나 무사히 지나가는 헤프닝도 있었다.
언젠가 날씨 좋은 봄날에 덕룡-주작 종주길에 오를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