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outh Korea
time : Nov 13, 2024 12:56 PM
duration : 0h 26m 39s
distance : 1 km
total_ascent : 26 m
highest_point : 78 m
avg_speed : 3.1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김치찌개로 점심을 먹고 나니 손님이 찾아왔다. 식.곤.증이라는 놈이다. 안만나려고 해도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눈꺼풀을 아래로 땡기고 뱃속을 뒤집어 하품을 꺼집어 낸다. 거의 매일 찾아오는 놈이지만 해결책이 있다. 그냥 걸으면 도움이 된다.
그래서 덕수궁 주변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천원을 내야하지만 밖을 돌면 꽁짜다. 차없는 돌담길에서 어설픈 초보 마술사가 링 끼우기, 카드 마술 등 자신이 익힌 마술을 선보인다. 두 가지 보여주고 서의를 표시하라고 해서 천원을 내고 나서 생각해 보니 덕수궁 입장료하고 맞먹는 금액이다. 천원 내고 그 두 가지 마술을 보라고 하면 안보겠지만, 보고 나서 자신이 클 수 있도록 성의를 보이라고 하니 선뜻 손이 간다. 이걸 조삼모개라고 하나?
뒤쪽은 영국대관이 있어서 일부구간이 덕수궁 안쪽으로 들어와 있다. 그래도 목책으로 안과 밖을 구분해 놓은 데다 경비초소가 있어서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멋진 은행나무가 있어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경비가 다가온다. 그 은행나무는 안쪽에 있는 것이니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고 한다. 내가 그런게 어딨냐고 우기니 그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럼 한장만 얼른 찍고 가라고 한다. 나는 틈을 보아 몰래 두장을 찍었다. 천원 벌었다.
단풍은 아직도 완전히 들지 않았자. 다음주에 몹시 춥다고 하니 어쩌면 아직 잎을 떨구지 못한 나무들이 얼지나 않을까 사뭇 걱정이다.
쫓겨났던 식곤증이 다시 찾아온다. 잘 달래서 보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