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오늘의 총걸음수 39,416보 오늘의 총이동거리 28.94km
ㅁ 겨울산행에는 돌발변수가 많기 때문에 장비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특히 아이젠, 스틱, 장갑, 온수, 간식, ...... , 등
Jeju, Jeju, South Korea
time : Dec 17, 2024 6:24 AM
duration : 9h 21m 59s
distance : 19.2 km
total_ascent : 1162 m
highest_point : 1948 m
avg_speed : 2.6 km/h
user_id : dlrtks
user_firstname : 익산
user_lastname : 고
술학회제주여행둘째날24.12.17(화) - 03:40 알람소리에 잠이 깼다.
미리 일어난건 정말 잘했다.
4시에 옆 방으로 가서 기상 여부를 확인하고, 광고 말씀도 드렸다.
모두 시간을 잘 지켜주셔서 기분이 좋다.
04:30 예약한대로 장가네일품순두부 식당으로 왔다.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왔기 때문에 아침식사 자리가 편안하다.
05:30 카카오택시를 호출했다.
이른 새벽이고, 거리도 왠만하고, 비용도 몇 만원 나오기 때문에 콜한지 1~2분 만에 제까닥 차가 왔다.
06:10 성판악에 도착했다.
평소 Y S친구와 한라산 등반할 때 보다 30분은 일찍 온 것 같다.
사방이 눈세상이다.
주차장도 벌써 만원이다.
' 그런데 이거 큰일 났다! '
한라산 겨울등반을 해 본 적도 없고, 눈이 쌓여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다.
마음의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젠을 가져오지도 않았다.
짧은 시간에 수많은 갈등을 했다.
평생 한라산 등반을 못해봤다는 종현 형님은 아이젠을 가져왔고, 나는 등산 스틱을 가져왔으니 무리해서라도 한번 시도해보자. 라고 마음먹었다.
다행히도 춘영 형님과 선열 아우가 " 우리는 처음부터 한라산 등반이 어려울꺼라고 생각해서 사라오름까지만 갔다 오려고 마음먹었으니 두 분 께서는 한번 도전해봐요. " 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두 분은 등산스틱을 가져왔다.
종현 형님은 아이젠은 있고, 등산스틱은 없다.
나는 등산스틱은 가져왔으나 한 개가 작동 불량이고, 아이젠도 없이 등반해야 한다.
이거 완전히 동키호테 아닐까?
06:26 그래도 일단 등반을 시작했다.
일출이 07:30 이다.
사방이 깜깜하다.
처음 완만한 구간은 그런대로 걸을만 했다.
다른 등산객들은 아이젠, 등산스틱, 랜턴까지 준비를 다 하고 왔다.
덕분에 그 분들의 불빛에 의지해서 조심스럽게 등반을 계속할 수 있었다.
선열이 많이 힘들어한다.
예상대로다.
어제 저녁 식사를 할 때, 선열과 종현 형님이 막걸리와 소주를 두 병씩 마셨는데, 숙소에 돌아와서 또 마시지 않았나?
힘든게 당연하다.
08:02 속밭대피소에 도착했다.
여기까지도 참 힘들게 올라왔다.
등반길은 이미 99%가 눈썰매장으로 둔갑한 상태다.
계단길은 모두 경사가 아주 심한 눈썰매장처럼 변했다.
언덕길마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올라왔다.
09:00 사라오름 입구까지 참 어렵게 왔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반은 성공이다.
우리는 사라오름 입구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사라오름 입구에서 사라오름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도 아이젠 없이는 쉽지 않을 것 같다.
" 춘영 형님, 선열 아우님, 힘들면 절대 무리하지 마시고 뒤돌아 가시는 것이 살? 길입니다. "
" 종현 아우님과 고박사님, 오히려 두 분이 더 걱정됩니다. 정말 조심하시고 ...... "
더이상 걱정하면 뭘하나?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한걸음씩 앞으로 전진했다.
09:23 선열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끄러져서 도저히 못가겠다고 한다.
춘영 형님은 사라오름 정상까지 도전 중이시고, 자기는 너무 미끄럼을 타기 때문에 정상은 포기하고 그냥 내려가야겠다고 한다.
얀전에 관해서는 어느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하고, 종현 형님과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등반을 다시 시작했다.
09:40 드디어 진달래밭대피소까지 왔다.
설경이 한마디로 끝내준다.
온 나무에 붙어있는 눈뭉치가 마치 상고대처럼 보인다.
어제 내린 눈이 쌓인 것도 있고, 상고대도 있고, ......
온 천지에 눈이 쌓여있고, 나무란 나무는 모두 하얀 눈꽃이 피어있는 것 같다.
한라산의 이런 설경을 보려고 이렇게 힘들게 여기까지 온 것 아닌가?
10:15 우리는 등반장비도 안돼 있어서 거북이처럼 기어서 올라가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평소보다 훨씬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다.
아침식사를 든든히 먹어서 배가 고프지는 않다.
땨뜻한 물과 바나나, 간식으로 휴식과 에너지를 채웠다.
김밥은 나중에 먹기로 하고, 다시 출발했다.
스틱 하나가 고장나서 스틱 한 개로 올라 가려니 너무나 힘들다.
' 너무나 너무나 ......, 아이젠, 아이젠 ...... ! '
11:15 여기까지 9km 올라 왔다.
남은 거리는 0.6km 정도다.
이 짧은 등산구간이 한라산 등반길에서 가장 힘든 [레드구간] 이다.
요즘은 살아온 세월이 늘어갈수록 한라산 등반이 상대적으로 점점 더 힘들어진다.
지난 5월 보다도 훨씬 더 힘들다.
계단이 모두 눈으로 덮여서 미끄러지기 일쑤다.
종현 형님은 아이젠 두짝, 등산스틱도 없고 ...... ,
나는 아이젠이 한짝, 등산스틱도 한짝 ...... ,
그래도 기적처럼 무사히? 올라왔다.
" 등산객 여러분, 우리는 무장비 등반을 성공했습니다! " 라고
마음속으로 소리지르고 싶었다.
감동과 희열이 온 몸을 휘감는다!
11:45 정상에 도착했다.
한라산 정상 표지목과 표지석이 사람들로 둘러쌓여있다.
백록담은 설무로 인해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시라도 빨리 인증샷을 마치고 내려가는게 상책이다.
" 안전! 또 안전! 조심! 또 조심! "
12:50 진달래밭대피소로 내려왔다.
종현 형님과 나는 똘똘뭉친 한팀이었고, 서로 서로 완벽한 조력자였다.
13:20 진달래밭을 출발했다.
반은 무사히 내려온 셈이다.
남은 간식도 다 먹었다.
몸도 마음도 가볍고 개운하다.
야이젠이 없어서 내리막 눈길에 7~8번은 넘어진 것 같다.
그래도 눈이 많이 쌓인 길이라서 몸에 큰 충격을 받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내 뒤를 따라 내려오는 종현 형님 가슴만 놀래게 한 것 같다.
15:47 천신만고 끝에 무사히 성판악휴게소까지 되돌아왔다.
마음속으로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묵념했다.
오늘은 특별히 ' 한라산 자유 등반 시즌 ' 이라고 한다.
자원봉사자들이 등반 마무리 상황을 정리하고 계셨다.
우리들의 등반인증서 발급도 도와주셨다.
" 감사합니다! "
그리고
" 두 사람 모두 무사히 한라산 등반을 하도록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
16:10 동진여객 281번 파랑버스 승차,
16:46 중앙동주민센터/청소년문화의집[동] 하차, 도보 9분, 쌍둥이횟집본점 도착 예정,
17:10 쌍둥이횟집에 도착했다.
이 곳은 제주도에서 오래전부터 내 단골횟집인데, 밑반찬 먹거리가 풍성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오늘도 즐거운 회식이 되었으면 좋겠다.
- 춘영 형님이 산행에서 온수도 없이 찬 김밥을 무리하게 드셨나보다.
채증끼가 있어서 만찬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컨디션이어서 참 아쉬웠다.
' 형님, 겨울 산행에는 온수준비도 필수라는걸 확인하셨지요? '
' 오늘 기적처럼 한라산 등반을 할 수 있었다. '
" 춘영 형님의 사라오름 완등과 선열 아우님의 눈쌓인 한라산 산행과 종현 형님의 한라산 완등을 축하드립니다! "
모처럼 술을 많이 마셨다.
그리고 숙소에서 2차, 3차, ......
' 아무리 술을 좋아들 하시지만 너무 마시네요? 내일은 없나요? '
몇 시에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ㅁ 에필로그
천사가 나타났다.
내가 아이젠도 없이 등산스틱 한 개로 등산하는 모습을 안쓰럽게 보고있던 아줌마가 아이젠 한짝을 주었다고 내게 선물? 하셨다.
' 이런 고마운 일이 내게 일어나다니?
나는 지금도 그 분이 천사처럼 생각된다.
그 분 아니었다면 아마도 한라산 등반을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